근자에 신행정수도 후보지와 관련해 "북쪽에는 차령산맥이 자리하고…" 등의 기사를 접하고 지리인식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반도 중 7할 이상을 차지하는 산은 우리 삶의 고향인 동시에 먼 조상부터 살 과 뼈를 묻어왔기에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포용하는 잉태지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이 땅의 지표면을 이룬 산과 그들이 서로 이어진 형세, 그리고 물줄기를 살펴 대동여지도와 같은 고지도를 남겼다.
산이 높으면 물도 깊고, 산이 가면 물도 따라 흐르는데 어떤 경우든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한다. 산은 물을 좌우로 양분하는 분수령이고, 물은 지맥을 양 쪽으로 갈라놓는 분지령(分地嶺)이 된다. 그런데 우리가 배운 태백, 차령, 노령산맥 등은 강을 만나도 멈추지 않고 제멋 대로 통과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예를 들면, 광주산맥은 한강에 미쳐 완전 히 산맥이 끊어졌는데 사실과 다르게 북한산으로 솟은 후 한강을 건너 관악산 으로 솟아났다는 식이다.
왜 이런 엉터리 산맥 개념이 생긴 걸까? 오늘날 사용되는 산맥 이름은 일본인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에 의해 명명됐다. 그는 1903년 '조선의 산악록'이란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은 조선을 합 방한 후 금을 비롯한 지하자원을 수탈하려는 일제의 가공할 음모가 숨겨져 있었다. 그래서 지표면에 드러난 산의 형세가 아닌 땅속 광맥선을 산맥 이름으로 붙인 것이다. 우리 옛 지도는 '산줄기 지도'라 할 만큼 산들이 어디에서 와 어디로 연결되는 지를 명쾌하게 일러주는데 신경준(申景濬)은 '산경표(山經表)'에서 전국의 산 맥을 하나의 대간(大幹), 하나의 정간(正幹), 그리고 13개 정맥(正脈)으로 규 정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뻗어내린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중심 뼈대를 이루며 모 든 물줄기를 동서로 양분하고, 또 서울의 강북은 한북정맥, 강남은 한남정맥에 속한 땅으로 한강을 사이에 두고는 있지만 뿌리만큼은 촌수가 매우 먼 땅이다. 백두대간은 민족의 정기가 흐르는 정맥이며 자연생태계의 보루이니, 이제 한반 도의 산줄기를 얘기할 때면 '○○산맥'이 아닌 '○○정맥'으로 불러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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