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의 역사적 고찰

     [백제]
서울은 백제의 개로왕이 고구려의 공격을 받아 도읍을 웅진으로(공주) 옮기기까지 120년간 백제의 도읍이었다. 서울이 한 왕조의 도읍이 된 최초의 것으로, 고구려의 평원왕도 일시적으로 도읍을 삼았다고 한다.

     [고려]
고려의 문종 때에 삼경[三京: 개경(개성), 서경(평양), 남경(서울)]의 하나로 주목하며, 이궁(離宮)을 두었다. 숙종 때는 김위제의 상소에 따라 왕이 직접 찾아와 산천지세를 살피고 왕도로 정했다. 김위제는 다음과 같은 상소를 올렸다.

     〈『도선 비기』에 의하면 고려에 삼경이 있다. 1년에 4개월씩을 삼경에서 나누어 지내면 36개 나라에서 조공을 받친다. 또 개국 후 160년이 지나 목멱양(木覓壤)에 도읍을 정한다고 했는데, 지금이 그 시기이며, 따라서 삼각산의 남쪽이며 목멱의 북쪽 평지에 도읍을 정한다.〉

     숙종은 《남경개창도감(南京開創都監)》을 설치하고, 관리를 파견하여 새 도읍지를 몰색토록 했는데, 그들은 서울의 형세가 모두 비기에 딱 부합됨으로써 궁터가 현재 경복궁 자리밖에 없다고 했다. 또 삼각산의 큰 맥이 통하는 곳에 궁터를 잡고, 방향을 임좌병향(壬坐丙向)으로 앉힐 것을 주장하였다.

     숙종은 남경의 규모를 친히 정했는데, 산형수세에 따라 동은 大峰, 서는 岐峯, 남은 沙里, 북은 面岳으로 도성의 경계를 삼았다. 이 성곽 계획은 서울이 조선의 국도가 된 뒤에 축성한 성곽과도 큰 차이가 없다. 그 후 고려의 왕은 연례행사로 남경에 행차했는데, 공민왕은 승려 보우의 도참설에 따라 이곳으로 국도를 옮기려고 궁궐을 쌓았지만, 결국은 시행되지 못했다.

     그 후 우왕은 천도를 단행했다가 곧 개경으로 환도했고, 공민왕도 이곳으로 천도했다가 다시 개경으로 환도하였다. 서울은 고려 초부터 국도로써 취급되며, 처음에는 왕의 어의를 봉안하는등 의제적인 곳으로 삼다가 후에는 왕이 친히 겨울을 보내는 장소로 이용되었다.

     [조선]
조선 태조는 왕위에 즉위하자, 곧 한양으로 천도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것은 『도선비기』에 〈繼王者李而都於漢陽-다음의 왕은 이씨이며, 한양에 도읍을 정한다)〉라는 한양도읍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성혁명으로 왕조를 세운 이성계가 국도를 옮겨 나라의 기틀을 새롭게하고, 인심을 개혁할 필요와 동조되어 자연스럽게 추진되었다. 여기에 이용된 것이 지기쇠왕설(地氣衰旺說)로, 〈개성의 지기는 이미 쇠하였다. 개성은 신하가 임금을 폐하는 망국의 터이다.〉라는 도참설도 한 몫하였다.

     이 태조는 음양산정도감(陰陽刪定都監)이란 임시관청을 설치하여, 권중화, 정도전, 성석린, 남은, 하륜등 여러 신하가 서운관(書雲觀)과 함께 풍수지리서를 섭렵케하고, 새 도읍지를 신중하게 선정하도록 하였다. 처음에 주목한 땅은 하륜의 건의에 따라 무악이 최적의 후보지로 떠올랐다.

     그렇지만 하륜 이외의 대신들은 무악의 터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또 천도 자체를 반대하는 공론이 높았다 그러자 태조는 다시 권중화, 정도전, 심덕부 등의 중심들을 한양에 파견하여 궁궐, 종묘, 조시(朝市), 도로의 터를 정하도록 하고, 그들은 결국 고려 숙종 때에 세운 궁궐 터에 궁궐(경복궁)의 터를 정하였다. 그리고는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태조는 객사를 임시 별궁으로하여 1394년 재위 3년만에 천도하였다.


     [2] 무악과 남경의 천도론

     [무악 천도의 찬성론]
     『지리신법』에 따라 계룡산의 신도읍 공사를 중지시킨 하륜는 태조의 명령에 따라 풍수서를 정독하고, 실제로 답사를 통해 새 도읍지로 무악의 남쪽(현재 신촌 일대)를 추천했다. 형국의 좁다는 반대 의견에 맞서, 〈무악의 명당은 좁은 것같지만, 송도의 강안전, 평양의 장락궁에 비하면 오히려 넓다. 또 이곳은 고려의 秘錄과 중국의 풍수법에 모두 합치되는 곳이다.〉라고 주장하였다.

     또 주장하길, 〈무악의 명당은 결코 넓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그러나 그 자리는 나라를 복되게하고, 계림(신라의 수도)와 평양(고구려의 수도)의 궁궐지에 비하면 넓다. 뿐만아니라 이곳은 나라의 중앙에 있고, 배로 물건을 나를 수 있고, 山河表裡의 지세이고, 또 동양의 성현이 전한 密說에도 일치하며, 풍수서의 山水朝聚의 형세와도 흡사하다. 이 땅을 두고 다른 땅을 구해서는 안된다,〉라고 하였다.

     [무악 천도의 반대론]
     정도전
     무악은 한 나라의 중앙이고, 교통은 편리하지만 땅이 계곡 사이에 있다. 안으로 조시종묘(朝市宗廟)를 받아들일 여지가 없다.

     성석린
     산수가 만나고 배가 다닐 수 있는 길지라도 명당이 기울고 협소하고, 뒷산이 낮고, 그 규모가 도로서는 부적당하다.

     정총
     그 명당이 매우 협소하고, 주산이 낮고 빠져있어서 수구가 관쇄되지 못했다. 또 이 땅이 길지였다면 어째서 옛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았던가? 꼭 새 도읍지를 구하려면 아주 먼 곳에서 구하는 것이 좋다.

     [남경 천도의 찬성론]
     이 태조는 무악에서부터 남경의 땅을 실제로 답사하고, 남경의 궁궐 터를 국도로써의 적합한 지를 물었다. 그러자 풍수사 윤신달은 〈개성이 제일이고, 이 땅이 그 다음이다. 그런데 건방(乾方,서북방)이 낮고, 명당수(현재 청계천)이 말라 흉하다〉고 했다. 그러자 이 태조는 〈개성도 부족한 점이 있다. 이 땅을 살펴보니, 형세가 왕도로써 손색이 없으며, 배로 물건을 나를 수 있고, 마을 길도 균등하여 사람의 일도 편리할 것이다.〉라고 말하여 자기의 뜻을 굳혔다. 그러자 여러 신하들이 이구동성으로 그 뜻에 찬성하고, 결국 고려 숙종 때에 세운 궁궐 터를 궁터를 정하였다.


[3] 경복궁 터에 대한 평가

     [국도(國都)의 조건]
국도의 풍수는 첫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생활을 유지하기에 적당한 경제적 조건(경작, 급수, 연료조달 등)을 갖추고, 둘째는 외적을 방어하기에 편리한 험준한 산과 건너기 어려운 깊은 물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도의 조건은 무엇보다 경제 및 방어의 요구에 응하여 산이나 강으로 에워싸인 要害地로서 그 사이에 넓은 평야가 있어야 한다.

     풍수는 땅이 가진 생명력(지기)에 감응받음으로써 인생의 번영을 꾀하는 사상임으로, 주택이나 도읍의 입지도 그들이 들어서는 터(땅)이 중요하지, 그 안에 들어서는 가옥이나 건물의 형태와 배치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주택은 규모가 크지 않으며 이사를 가고자해도 타인의 방해없이 비교적 수월하게 행할 수 있다, 하지만 도읍이나 마을은 한 번 터가 정해져 건물이 들어서면 비록 지기가 쇠약해져도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어렵다. 그 결과 지기를 왕성하게 하는 시설을 설치하거나, 또는 지기의 쇠약을 막을 만한 시설을 갖추는 소극적 방법에 의존한다. 이것이 비보 풍수이다.

     [경복궁 터의 평가]
     북악산의 남쪽 산기슭의 평탄한 곳에 자리잡은 경복궁은 북으로 북악산을 주산으로 삼고, 남쪽에는 남산을 안산과 관악산을 조산으로 삼고, 서쪽에는 인왕산이 백호가 되며, 동으론 낙타와 같은 낙산(駱山)이 낮은 구릉을 이루면서 청룡이 된다. 따라서 혈장 사방으로 사신사가 잘 에워싸고, 또 산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성곽을 이루고 있다.

     외수인 한강은 멀리 북동방에서 흘러와 남산의 남쪽을 감고돌아 남쪽으로 흘러가며 그 사라짐을 볼 수 없다. 또 내수인 청계천은 북악산과 인왕산의 사이인 서쪽에서 발원하여 도성의 중앙을 가로지르고, 남산의 여러 계곡의 물을 받아들인 후 서쪽의 중량천을 거쳐 한강에 합류한다. 즉, 청계천이 궁궐의 앞쪽을 북서방에서 동남방으로 돌아 명당수가 되고, 한강은 북동방에서 서남방으로 돌아흘러 도성을 포옹하고 있다. 청계천은 금(襟)과 같고, 한강은 대(帶)와 같아 그야말로 산하금대(山河襟帶)의 형상을 갖추었다.

     [경복궁의 좌향론]
     무학대사의 인왕현무설(仁王玄武說)
     경복궁은 인왕산을 주산으로 삼고서 인왕산에서 남산까지 어어진 산줄기를 백호, 북악산으로 이어진 산세를 청룡으로 삼는 유좌묘향(酉坐卯向. 정동향)을 놓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도전
     고래로 군주는 모두 남면(南面)해 정사를 보았고, 아직 동면하여 조정에 임한 자를 듣지 못했다. 따라서 경복궁은 북악산을 주산으로 인왕산을 백호로 낙산을 청룡, 남산을 안산으로 삼는 임좌병향(壬坐丙向, 남향판)을 주장했다. 이것은 고려 숙종 때에 이곳에 이궁을 세우면서 주장되었던 좌향으로 결국 정도전의 주장대로 경복궁은 임좌병향을 택하였다.

     [좌향에 대한 평가]
     무학대사는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200년 후에 내 말이 헛되지 않음을 깨달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라의 의상대사는 「산수비기」에서 "都를 택할 사람이 스님의 말을 믿고 들으면 국운의 연장을 바랄 수 있으나, 만약 鄭씨가 나와 시비를 품으면 五世가 되지 못하여 찬탈의 화를 당하고 2백년 내외에 탕진될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적중하여 태종 때에 형제간의 골육상잔이 벌어지고, 세조가 왕위를 찬탈했으며,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사진 - 1927년의 경복궁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