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물형론은 산천 형세를 물형으로 감별해 낸 다음 그 물형의 핵심에 해당되는 장소를 정확히 집어내야 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은 할 수 없고 초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혈을 잡을 수 있다.
그럼으로 물형론를 신봉하는 풍수가 중에서도 물형론을 제대로 설명하는 풍수가를 만나기가 어렵다. 남원시 대강면 풍산리에 있는 황희 정승의 할아버지 묘를 두고 물형론자들이 하는 말들은 제각각이다.
이곳의 형상을 물형론에선 '붉은 골짜기에 단풍이 드는 형국(紅谷丹楓形)이라 한다. 그런데 모 출판사에서 나온 지명 안내서와 S씨는 컨닝을 잘못하였는지 그만 '기러기 골짜기에 단풍이 드는 형국(鴻谷丹楓形)'이라 하였다. 그런데 기러기에 단풍이 들면 왜 명당이 되는지 하는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은 빠져 있다. 이것은 물형론이 체계화되고 논리적인 풍수 이론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다.
어부가 낚시를 드리운 형국이라면 낚시찌나 어부의 눈동자 부위가 혈일 것이다. 날아가는 새의 형국이라면 날개 부위에 혈이 있다. 왜냐하면 새는 날아다녀야 벌레를 잡아먹고, 날려면 날개 근육에 힘이 뭉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을 품은 새라면 사정이 다르다. 부화시키려면 발로 알을 계속 굴려야하고, 또 끝없이 주위를 살펴보아야하니 혈처는 달이 알을 품은 형세 중에서 다리나 눈 또는 귀에 해당되는 곳이다.
그런데, 문제는 보는 사람에 따라 혈처를 각양각색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와우형이라면 어디가 혈처인가? 풍수가 C씨는 황당하게도 따뜻하고 편안한 뱃속이라고 주장한다. 누운 소라면 혈처는 당연히 입이 되거나 꼬리가 되어야한다. 누워있다면 되새김질을 위해 입에 기가 모이고, 또 파리를 쫒기 위해 꼬리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견은 젓부위라는 것도 있다. 그런데 젓부위가 혈처가 되는 경우는 송아지가 젓을 빠는 형국일 때인데, 소는 선 채로 젓을 주니 와우형 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누워서 새끼에게 젓을 주는 동물은 돼지이다. 돼지를 소와 착각한 결과이다.
물형론의 또 다른 문제점은 길흉의 판단에서 설명이 제각각인 점이다. 당국의 형세 '야자형(也字形)'일 경우라면, 보통 후손 중에 문장가가 배출된다고 한다. 물론 조건이 있다. 혈 앞쪽에는 천(天)를 닮은 안산이 있고, 뒤쪽에는 호(乎)자를 닮은 주산이 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천자문의 첫글자가 천이고, 마지막이 야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제주 관사 부근은 지형이 개젖통 형국이어서 19대가 과거에 급제하고 24대에 걸쳐 태평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젖꼭지에 해당하는 터를 아무도 찾지 못했다.〉
상기의 예에서 보듯이, 물형론은 왜 개젖통 자리가 풍수 이론에 맞추어 명당이 되는지와 또 어떤 이유로 19대에 걸쳐 급제를 하고 24대에 걸쳐 태평을 누리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명당에 대한 물형론의 설명은 대개가 이런 식이고, 또 물형을 판단할 때나 혈처의 판단에서 십인십색을 보여 풍수학을 미신으로까지 추락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수하면 사람들이 물형론만을 연상하게 된 연유에는 산천 형세를 한 눈에 파악하여 단정할 수 있는 일종의 술법과도 같아 초보자라도 재미있게 이해하고, 그런 연유로 메스컴에 많이 소개됐기 때문이다. 물형론은 풍수학의 본질적인 체계구조에는 나타나지 않고 대부분 비기나 비망록에 나타날 뿐이다.
<사진 : 황희 정승의 할아버지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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