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혈을 찾으면서 산천의 형세를 왜 사람과 금수에 비유할까? 사람은 힘을 쓰거나 정신을 집중시키면, 몸의 한 부위가 긴장되면서 기가 모인다. 마찬가지로 혈 역시 자연의 기가 응집된 장소임으로 자연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면 자연이 힘을 쓰거나 정신을 집중시킨 곳에 기가 뭉친다고 본다.
그런데 식물이나 무생물은 기가 고르게 퍼져 한곳에 집중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자연을 기를 응집시킬 수 있는 동물에만 빗대어 산천의 형상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 할 점은, 자연이 어떤 형상이든지 기를 응집시키는 것은 아니며, 어떤 물형으로 정확히 비유할 수 있는 경우에만 혈이 맺는다고 본다. 만약 자연 형세가 헝클어졌거나 산만하여 어떤 물형에도 비유할 입장이 못된다면 혈이 없는 땅으로 간주한다.
여기서 산천을 물형에 비유하여 이름을 정하는 원칙은 안산의 모양을 중요하게 보고, 다음은 조산이나 주변의 산들을 본다. 이것은 물형에 상응하는 기상과 기운이 그 땅에 응집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혈처 주변의 산천 형세도 그 내재된 정기와 서로 교감을 이루어야 길격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즉, 물형이 제대로 잡히려면 그 물형에 소용되는 물건을 닮은 안산과 조산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산천의 형세가 호랑이가 숲을 나오는 형국(猛虎出林形)이라 주장하려면 반드시 호랑이가 숲을 나올 수 있는 원인이 있어야하는데, 그것은 안산이 조는 개(眠狗案)의 모양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개를 잡아먹기 위해 호랑이가 숲에서 나온다는 당위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만약 주변에 개의 형상을 닮은 산이 없다면 맹호출림형이라 말할 수 없다.
선인독서형이라면 안산이 책을 펼쳐놓은 모양이 필요하고, 생사출림형이라면 개구리 형태의 안산이 있어야 한다. 뱀이 숲을 나오는 이유는 개구리를 잡아먹기 위함이란 논리가 성립되고, 나아가 뱀이 숲을 나오려면 당연히 귀를 쫑긋 세운 채 위험에 대비할 것이고 혹은 혀를 계속 날름대며 먹이를 쫒을 것이기 때문에 귀나 입 부위에 정신이 집중되면서 기가 모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라면 자연 형세를 뱀의 모양으로 비유한 다음 뱀의 귀나 입에 해당되는 장소를 혈처로 간주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봉황귀소형(鳳凰歸巢形)에는 안산이 '오동나무 열매(桐實案)'을 닮은 경우도 해당되지만, 주변에 대나무가 많을 경우도 그렇게 부른다. 왜냐하면 봉황은 대나무 숲에서 잠을 자고, 오동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는 상상의 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이나 마을 이름에 봉황이 들어간 곳은 대개가 대나무가 많은 지역이거나 혹은 봉황의 상스런 기운이 그 땅에 머물기를 기원하여 지은 지명이다.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은 산 앞쪽에 연못이나 시냇물이 있는 경우고,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은 들판 가운데에 있는 숲이나 혹은 섬을 가리키고, 매화낙지형은 마치 꽃잎이 떨어져 흩어진 것처럼 주변 산들이 흩어진 형세이나, 매화 꽃잎이 5장인 관계로 주변에도 5개의 산이 우뚝 솟아 있는 경우에 그렇게 부른다. 안산의 형태에 따른 물형의 판단은 산천의 형세를 물형으로 판단했다면, 다음은 그 물형 내에서 핵심이 되는 곳인 혈을 정해야 한다. 혈를 정하는 원칙은 물형 중에서 힘을 쓴 곳이나, 긴장을 한 곳이나, 정신을 집중시킨 곳이다. 산천에 혈이 맺히려면 기가 응집되어야하니 기가 흩어지거나 빠진 곳은 혈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진 : 아름답게 연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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