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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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미술품의 이름은 어떻게 정하나



   서산 개심사에 들려 보물 제143호인 대웅전의 안내판을 읽었을 때다. 먼저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건축학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한 마디도 알 수 없는 단어이고 내용 일색이었다.

   '공포는 내 3출목과 외 2출목으로 짜여졌는데 특히 외부로 뻗은 쇠서(牛舌)는 밑으로 많이 쳐져 있어 다포계의 초기 수법을 보이고 또 종보 및 마루 도리를 받치는 대공도 모두 주심포로 집에서 볼 수 있는 파련 대공을 하고 있음이 특징이다. 조선 초기 다포계 목조 건물로서 귀중한 자료이다’

   옛날에는 한글을 언문이라 천시하고 한문으로만 된 글을 진문(眞文)이라 하여 추켜세우더니, 현대에 이르러서는 학문간의 배타성이 너무나 지독해 한 발자국만 해당 분야에서 떨어져도 그 즉시 문맹 인이 되고 만다. 또 학자들도 난해하고도 자기도 모르는 전문용어를 얼마나 많이 남발하고 있는가? 학자들의 이런 학문하는 자세는 또 다른 의미의 문맹자를 양산해 낸다. 글자를 읽어도 뜻을 모르는 시대, 아니 그 뜻을 몰라도 편안한 시대가 된 것이다.

   고미술품에 대한 명칭도 그렇다. 일단 모두가 한문으로 표기되어, 한문의 뜻풀이에 익숙지 못하면 이름을 읽고서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필자가 호암 미술관에 근무할 때다. 하루에도 몇 백 명씩이 다녀가지만 정작 미술품 앞에 놓인 설명판은 읽어도 뜻을 모르는 눈치이다. 그렇다 보니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유믈이 무엇 때문에 귀하고 왜 아름다운지에 대해 마음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관심은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가, 말문이 막히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 “이것은 진짜요 가짜요? 가격은 얼마나 해요? 어디서 도굴하였어요?” 반만년의 찬란한 문화 유산을 향유한 이 나라의 주인들이 어떻게 하여 우리 것을 보는 눈이 이토록 어두어졌는가? 하지만 그들의 잘못은 결코 아니다. 고미술품의 이름 하나도 쉽게 가르쳐 주지 않은 우리 고미술계와 학자들의 책임이다.

   그렇다면 고미술품의 이름[명칭]은 어떻게 정하는가? 명칭을 정하는데 기준이 되는 요소는 크게 시대, 재질, 제작 기법, 문양, 그리고 형태이다. 먼저 도자기는 여러 형태가 있는데, 크게는 병, 항아리[壺], 연적, 접시, 주전자, 함, 인물이나 짐승 상, 향로, 필통 등등이 있다. 그리고 병중에는 일반적 형태의 병과, 입구[徑口]가 작고 어깨[肩部]선이 풍만하여 몸체[胴部]가 서서히 좁아지는 형태의 매병(梅甁)고, 부처님 앞에 정수를 바치는 공양구로 쓰이며 목이 긴 형태의 정병(淨甁), 몸체 양옆이 편평하고 납작한 편병(扁甁) 등 여러 모양이 있다.

   이 경우는 시대-재질-제작 기법-문양-형태 순으로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면 고려-청자-상감-운학문(雲鶴文)-매병이다. 시대는 신라, 고구려, 통일 신라, 고려, 조선 등으로 구분하고, 재질은 청자, 백자, 분청사기로 구분 짖는다. 제작 기법은 청자라면 음각, 양각, 투각, 상감, 진사 등이 있고, 분청사기라면 상감, 박지, 인화, 조화, 철화, 귀얄, 덤벙 기법이 있다, 백자라면 상감, 철화, 청화, 투각, 진사 등이 있다. 다음은 문양으로 모란을 그렸으면 모란문, 국화를 그렸으면 국화문, 매화와 대나무를 그렸으면 매죽문, 문양이 없고 형태만 있으면 그 형태를 따라 개구리, 복숭아, 쌍사자, 오리[鴨形] 등과 같이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도자기의 형태로 병, 주전자, 접시, 필통 등등으로 부르면 된다. 금속 유물의 경우는 시대-재질-명문․ 문양-형태로 부르는데, 형태 중에는 불상이 가장 많고 그 이외에 탑, 사리기, 촛대, 관, 신발[리(履)] 등등이 있다. 특히 불상은 부처의 이름과 형태에 따라 이름지으며, 유물에 글자[銘文]가 있으면 그 명문을 재질 다음에 붙여 부른다. 부처는 석가여래, 아미타여래, 약사여래, 탄생불로 구분 짖고, 예를 들면 고려-금동-신묘명-아미타여래-입상이다. 고서화의 경우, 작가가 그림 제목[表題]을 적어 놓았다면 그대로 따르고 만약 제목이 없다면 그림 내용을 참고하여 적정하게 붙인다. ‘세한도’는 작가가 직접 지은 이름이고, 깎아지른 절벽을 배경으로, 바위 위에 양팔을 모아 턱을 괸 채 수면을 바라보는 선비를 그린 강희안의 그림은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ꡑ라 이름지었다. 전적(典籍)은 항상 책명이 있으니 ’삼국 사기‘와 같이 그에 따라 부르고, 서예는 중요한 글귀나 내용을 참고하여 이름을 정한다.

   현대 미술품 중에서 이름이 가장 재미있는 그림은 박수근(朴壽根, 1914~1965)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마치 고향에 돌아와 있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지는데, 그는 서민들의 진솔한 삶을 폭넓게 다루었다. 길거리에 나앉은 기름 장수 아주머니를 그렸다면 ‘앉아있는 여인’, 할머니와 여인이 앉아 물건을 팔고 있으면 ‘두 여인’, 소녀가 아기를 업고 있으면 ‘아기업은 소녀’, 일거리 없는 사내들이 거리에 앉아 있으면 ‘노상’, 큰 나무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간다면 ‘고목과 행인’ 이다. 그림의 진실을 이야기할 뿐, 절대로 의식적인 거드름은 어느 구석에도 없다. 필자는 그림 자체보다는 이름에서 친근감을 그리고 흰옷과 검은 치마를 입은 남녀 인물에서 세월감을 아름답게 느낀다.


(참고: ①「실록소설 문화재 비화」․고제희․돌베개, ②「우리의 화가 박수근」․ 시공사)


(사진:청자진사채당초문대접, 고려, 12섹, 영국 대영박물간 소장)

문화재 수호의 수장, 전형필

도자기의 값은 어떻게 정해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