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중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흔히들 고려 청자로 알고 있다. 하지만 고미술품을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할 때, 장르 별 총 가치를 따지면 맞을지 모르나, 개별적 가격 차이는 극심하여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가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시대, 크기, 모양, 재질, 취향 등으로 다양하고, 또 사람마다 기준을 두는 가중치도 다르다. 미술품은 개성이 강한 예술 작품이라서 똑같은 물감을 사용해 그린 그림도 화가, 필력, 선호도 그리고 감상미에 따라 시장가격은 천차만별인 것과 같다. 화가별로 ‘호당 얼마’로 통용되는 우리의 그림 가격은 국제적으로 웃음거리이다.
개별적인 시장 가격을 생각할 때, 가장 비싼 것이 불상이다. 사찰의 대웅전에 모셔진 거대한 불상보다는 10~40센티미터의 소형 불상이 가장 비싼 값으로 거래된다. 국보 제 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은 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문화교류전에 출품하기 위해 5천만 달러(당시 4백억원)의 보험에 가입했었다. 지금의 환율로 계산하면 6백억 원을 호가한다. 그래서 가짜가 나와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도 불상이 많다.
1996년 6월, 중국에서 반입된 북한 출토의 금동미륵보살반가상(높이 16.2cm)이 진짜 삼국 시대의 불상이냐 아니면 모조품이냐를 놓고 시비가 일었다. 신문 발표(‘96.9.7일 중앙일보 1면 톱기사)를 보면, 이 불상은 땅에 반쯤 묻혀 있던 석탑을 불도저가 밀어 쓰러뜨리자 그 속에서 사리함과 함께 출토되었다고 한다. 북한의 허가를 받아 중국으로 반출된 불상은 곧 감정가에 의해 당나라에 해당하는 시기의 진품으로 확인되었고, 한국의 김정웅(金正雄)은 거금 24억 원을 치르고 국내로 반입했다고 한다. 이 불상은 96년 10월초, 하이야트 호텔에서 열린 ‘고미술품 경매’에 출품되기도 하였다.
그럼 손뼘만한 불상이 어떻게 몇 십억 원의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을까? 상인인 김정웅는 분명히 소장보다는 팔기 위해서 구입했을 것이다. 고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람은 물건을 살 때 반드시 팔 곳을 마음으로 정하고 사기 때문이다. 거금을 들여 구입한 물건이 만약 팔리지 않으면 자금 압박으로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사는 것이 골동 인생이다. 불상이 도자기나 고서화에 비해 비싼 값으로 거래되는 것은 한마디로 희귀하고 또 대단한 예술성 때문이다. 불상은 석가여래상이든, 보살상이든, 미륵 보살상이든 정교한 조각과 얼굴에서 풍기는 사색이나 법열의 미를 감상한다.
그 형태(입상․ 좌상․ 반가상)와 표현 양식(법의․손모양․크기․광배등)이 시대별로 뚜렷 하지는 않다. 불상을 모시는 마음에 따라 불심으로 가득한 조각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뿐이다. 따라서 불상만큼 대단한 예술성을 보여주는 작품도 없다. 중국과 일본의 불상보다 우리 불상이 더 예술성이 뛰어나다. 일제 때에도 중국 불상은 값을 쳐주지 않았다. 일본의 국보 제 1호가 우리 장인의 숨결이 배인 ‘보관미륵보살반가사유상’인 점만 보아도 미루어 알 수 있다. 그럼 여러 형태의 불상 중에서 가장 골동적 가치가 높은 것은 어떤 형태의 불상일까? 반가상이다. 높은 의자에 앉아 오른 손을 살며시 빰에 대고 법열의 미소를 짓는 반가상은 첫째로 숫자가 적어 매우 희귀하다. 시대가 오래되고 예술성이 뛰어나도 흔하면 골동품이 아니다. 그저 예술 작품일 뿐이다.
둘째는 완벽한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얼굴의 표정과 손의 모양, 자세의 편암함이 그대로 자연스럽다. 어떤 사람이 반가상의 위조품을 만들어 비싼 값에 양도하려고 했다. 그런데도 최고 경지에 오른 감식가의 눈은 피할 수 없다. 엄지발가락의 모양이 의자에 편안히 앉아서는 나올 수 없는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 좋은 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진품의 불상은 손 모양까지도 완벽하게 불심으로 가득 차 감상하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경망스런 모습이나, 부자연스러운 구석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따라서 최고의 감식가는 먼저 불상과 똑같은 포즈를 취한 뒤에 불상을 감정한다. 심지어 손의 자세, 눈의 표정까지 똑같이 연출해 보며 잘잘못을 따진다. 어느 한 곳이라도 자세가 불안하거나 편하지 않으면 의심을 한다. 완벽한 조형미를 가진 예술품은 누구나 소장하고 싶어하고, 자연히 비싼 값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다.
(사진: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보 78호, 삼국 6세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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