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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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니 호상이니 살아있는 사람들의 역할을 정하는 동안, 한편으로 주검을 다루는 의례도 차례로 진행된다. 우선 주검을 목욕시키고 수의를 입혀야 하는데 이를 '습'(습의와 반함을 포함함)이라 한다. 즉, 시체를 닦고 수의를 입힌 뒤 염포로 묶는 절차로서 염습 또는 습렴이라 한다. '습'을 담당하는 사람을 시자라고 하는데 남자의 습은 남자가, 여자의 습은 여자가 하는 것이 관례이다. 습은 운명한 이튿날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일에 하기도 한다.

  습을 위한 준비물(목욕을 위한 물품)은 향나무, 물그릇 두 개(시신의 위쪽과 아래쪽에 놓는다), 새 솜과 새 수건 세 벌(시신의 머리, 상체, 하체를 닦을 것), 주머니(조발낭) 다섯 개(목욕한 후 머리 카락과 좌우 손톱, 발톱을 깎아 넣을 것), 머리빗(남녀공용), 칠성판, 칼 등이다. 시자는 먼저 자기 손을 깨끗이 씻고 주검을 씻길 더운 목욕물을 준비하여 들고 주검을 모셔 둔 병풍 뒤로 간다. 이때 상주와 상인들은 모두 방 밖으로 나와서 북쪽을 향하여 서 있는다. 목욕물은 향나무를 잘게 쪼개어 삶은 향탕수나 쑥 삶은 물을 쓴다. 향탕수가 준비되면 주검의 아래위 양쪽에 각기 네 그릇을 준비해두고, 그리고 칼과 빗 등속도 준비한다.

  먼저 수시할 때 묶었던 손발의 끈을 풀고 옷을 벗긴다. 향탕수로 머리를 감긴 뒤에 남자는 상투를 틀어 동곳을 꽂고, 여자는 쪽을 지어 버드나무 비녀를 꽂는다. 이어 향탕수를 솜으로 찍어 시신의 얼굴과 윗몸, 아랫몸을 구별하여 차례로 씻기고 준비해 둔 수건으로 물기를 말끔히 닦아 낸다. 이어 머리를 빗질하고 손톱과 발톱을 깍고는 이를 떨어진 머리카락과 함께 모아 미리 준비한 다섯 개의 주머니에 따로 넣는데 빠진 이가 있으면 함께 넣었다. 습의 과정에서 빠진 머리카락과 깎아 낸 손발톱은 조발낭에 각기 담아 두었다가 '대렴' 때 이불 속에 넣거나 관 속에 넣는다. 또 수의의 소매나 버선에 넣어 두기로 한다. 습에 쓴 물과 수건, 빗 등은 미리 파 놓은 구덩이에 넣어 묻는다. 이와 같이 주검의 목욕이 끝나면 시신을 침상에 눕히고 수의를 입히는데, 이를 '습의'라고 한다.

  이어 '반함(飯含)' 의례를 하게 된다. 반함은 염을 하기 전 물에 불린 생쌀을 버드나무 수저로 세 번 떠서 입안의 좌우 중앙에 각각 한 수저씩 넣고, 동전 또는 구멍 뚫리지 않은 구슬을 주검의 입에 넣는 절차이다. 망자가 저승까지 갈 동안에 먹을 식량인 셈이다. 반함을 할 때 첫 술은 "백석이요"하면서 입 안 오른쪽에, 둘째 술은 "천석이요"하면서 입 안 왼쪽에, 마지막 셋째 술은 "만석이요"하면서 입 가운데에 떠 넣는다. 이어서 구멍이 나지 않은 구슬이나 동전 3개를 주검의 앞가슴에 넣어 주기도 한다.



소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