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의 풍수적 특징

     [평창동의 산세]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한반도의 근간을 이운 백두대간은 분수령(分水嶺)에서 한북정맥을 출맥시키고, 이 정맥은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를 거치며 남진하면서 대성산(1175m)→광덕산(1046m)→운악산(936m)으로 장엄하게 솟구쳤다.

     한남정맥은 의정부 북쪽의 불곡산을 지나 빼어난 바위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도봉산으로 솟고, 다시 남하하여 우이령을 거쳐 노고산으로 빠져나갈 때 다시 그 남쪽에 커다란 바위의 성채인 북한산을 낳았다. 북한산은 서울의 진산으로 잇달은 봉우리와 겹겹한 산봉우리가 높고도 낮게 빙빙 둘러서 서울의 북쪽 경계에 높이 솟아있다.

     북한산에서 남서진한 정맥은 문장암 근처에서 두 갈래의 기맥을 낳았는데, 하나는 남진후 남서진하여 북악산으로 솟아서 경북궁의 주산이 되고, 하나는 남서진하여 비봉으로 솟은 다음 다시 한 기맥을 남진시켜 세검정쪽으로 뻗어내렸다.

     따라서 평창동의 동쪽은 문장암에서 남진한 기맥의 험준한 산이 막아서고, 남쪽은 이 기맥이 북안산으로 솟아나기 전의 남서진한 기맥이 앞을 막고, 북쪽은 문장암에서 서진하여 비봉으로 솟은 험준한 산이 막고, 서쪽은 비봉에서 세검정 앞쪽으로 뻗어내린 지맥이 자리잡았는데, 남서방만이 약간 뚫여 마치 큰 바가지에 들어앉은 형국이고, 물주둥이는 남서방으로 나 있는 형국이다.

     평창동은 북동방에 문장암을 둔 채 남쪽의 북악산과 북서방의 비봉에 의해 둥글게 에워싸인 안쪽의 수많은 골짜기에서 물들이 급하게 흘러내리고, 이 물은 세검정길을 따라 남서방으로 빠져 사천천으로 유입된 후 다시 마포에서 불광천과 합수되어 한강으로 흘러든다. 따라서 세검정길의 계곡물은 평창동을 남북으로 갈라놓았고, 또 평창동의 지세까지 구분하였다. 남쪽의 평창동은 문장암에서 북악산으로 뻗어가는 용맥의 지맥에 자리잡고, 북쪽의 평창동은 문장암에서 비봉을 거쳐 세검정가로 뻗어내린 지맥에 자라집았다.

     [평창동의 지세]
     북한산 일대의 지질은 중생대 말에 관입한 대보 화강암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맑은 복숭아 색을 띠고 있다. 이것은 장구한 세월동안 지반의 상승과 침식 작용으로 지표에 노출된 뒤 다시 그 절리와 표면의 풍화작용으로 오늘날과 같은 산모양이 된 것이다. 따라서 높이에 비해 산세가 험준하고 경사가 심하며 암벽으로 된 바위 봉우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풍수에서는 주산이 석산(암석이 들어난 산)과 동산(童山,초목이 자라지 못하는 산)에서 뻗어온 내룡(산줄기)에서는 길지를 찾지 못한다라고 한다. 이것은 암반이 많은 산에서 가깝게 뻗어내린 내룡 역시 흙심이 두텁지 못하기 때문에 땅의 기세가 약하기 때문이다. 지기는 흙을 따라 흐르고, 흙에 머물기 때문에 풍수적 길지는 흙심이 두터운 곳을 말한다.

     흙이 두터우면 초목이 무성히 자라 땔감을 얻기 쉽고, 초목이 미기후를 조절하여 신선한 공기가 순환하며, 땅은 비옥하여 곡식의 생산량이 많으며, 또 지하수가 많아 물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이런 조건에서 볼 때,평창동의 지세는 험준한 산세에 경사가 심한 곳이라 땅 속은 흙심이 앏은 암반으로 구성되어 지기가 매우 쇠약한 땅이다.

     또한 평창동은 주산인 북쪽의 연봉들이 한북정맥에 해당하는 높은 지세여서, 세검정 길을 따라 흐르는 물의 근원이 매우 짧고, 또 급한 경사로 인하여 물살이 빠르다. 그 결과 땅은 물을 깊이 품지 못하니 지하수가 적어 땅은 척박하고 윤기가 없는 곳이다. 옛 지명들은 살펴보면, 여우골·호랑이골이 있다. 이곳은 낮에도 산 짐승이 어슬렁대던 깊은 산속이었음을 알고, 네바미(놈배미 넷이 있는 골짜기)·논골은 곡식을 생산할 논이 귀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또 우물골은 이곳에 식수로 서용할 물이 한 곳에서만 나왔고, 농사보다는 맑은 계곡물을 이용하여 한지나 메주를 쑤던 곳임을 알 수 있다.

     [평창동의 주거조건]
     평창동은 사방으로 산이 가려져 마치 '함지박' 속에 들어 있는 형상인데,남쪽의 산기슭은 북서향을 하고, 북쪽의 산기슭은 남향으로 하도록 짜진 지형이다. 그런데 이런 지형은 아침 해가 더디뜨고 저녁에는 해가 일찍 떨어지니(남쪽 산기슭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일조량이 적고, 깊은 계곡에는 항시 찬 계곡물이 흐르면서 산과 계곡의 기온차에 의해 낮에는 바람이 계곡에서 산쪽으로 불고, 밤에는 산바람이 계곡쪽으로 불어내려와 항시 바람이 잠자지 못한 채 찬바람이 게세게 부는 곳이다.

     또 계곡은 깊어 물은 많은데, 수구가 좁아 통풍에 지장이 많으니 안개와 같은 음습한 기운이 한 낮에도 머문다. 이런 곳에 살면 풍병에 의한 관절과 해소등 호흡기와 신경계통에 질병이 많다.

     평창동은 가파른 산기슭에 자리한 배산(背山)의 형국인데, 풍수에서 배산을 주거의 으뜸조건으로 꼽는 것은 겨울에 차가운 북서풍을 뒷산이 막아주기 때문이다. 평창동은 남북 모두가 산에 가려있으니, 북서풍은 막을 수 있으나, 임수(臨水)를 맞이하지 못한 단점이 있어 여름에 남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지 못한다.

     바람이 멀리서 불어오고, 멀리 불어가지 못한 채 계곡과 산에 의해서먼 바람이 왕래하니, 음습한 기운이 오래도록 머물고, 일조량까지 적어 양명한 기운을 받기 어렵다. 이런 곳은 풍수에서 천옥(天獄)이라 불러, 귀신이 사는 곳으로 적당할 뿐 사람이 살 곳은 못된다.

     즉, 지하수와 곡식을 가꿀 땅은 적은데, 밤낮으로 찬바람이 세찬 곳이니, 사람이 대를 이어 보존할 땅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현대에는 상수도로 식수를 공급받고, 스스로 농사를 짓지 않아도 먹거리를 쉽게 구하니, 의식에 의해 주거조건이 좌우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천재지변으로 상수도와 식량의 공급이 끊어지면 가장 먼저 엄청난 피해를 당할 땅이다.

     현재 평창동은 계류인 세검정길을 따라 상가와 음식·호탤들이 들어서고, 산기슭에는 호화스러운 저택들이 밀집한 한국판 '베벌리힐스'로 불리운다. 특히 면적 8920m2`에 인구는 약 2만 명(7000가구)이고, 그 중 약 10%(700가구)의 주민이 보현봉 아래 풍치 좋은 자리에 차지하면서 상류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은 주택을 남향으로 놓을 수 있고, 앞쪽으로 북악산으로 연결되는 수려한 연봉의 경관을 즐기기에 알맞아, 북향인 북안산의 북쪽 사면보다는 일조량에서 우수하다.

     또 항상 안개가 끼이는 음습한 계류보다는 산기슭쪽이 음습한 기운이 먼저 가신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평창동의 주거조건은 계곡과 산등성을 왕래하는 찬바람과 멀리서 바람이 안쪽으로 불어오지 못하고, 내부의 혼탁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럼으로 주거 조건으로 길지는 되지 못한다.

     풍수는 자연과 아름답고 즐거운 조화를 추구하며, 따라서 앞쪽으로 안산과 조산이 쭉 이어져 산밖에 또 산이 있는 다층적인 입체 윤곽선을 형성한 땅을 길지로 여긴다. 이것은 경관의 심도감과 거리감을 증가시킬뿐만 아니라 나아가 하천과 못을 부지의 전경에 둠으로써 탁 트인 시야를 형성한다. 또 큰 물을 앞쪽에 두면 생동적인 물결과 그림자를 접할 수 있어 아름다운 화면을 형성한다.

     풍수에서 안산은 높으면 눈썹, 낮으면 심장의 사이로 가지런한 것을 길격으로 여긴다. 앞산이 너무 높으면 집의 기세를 누르고, 심장 아래로 낮으면 바람이 불어닥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창동은 어디를 보아도 눈위쪽의 시야가 가려있는 압혈의 장소이다. 집의 지기가 산의 기세에 눌려 생기를 발하지 못한다.

     또 물이 빠지는 수구에 산이 양쪽에서 가로막아서 부지의 내외를 격리시킴으로써 공간이 대비된 것이 귀한데, 평창동은 세검정 쪽에서 양쪽 산이 입구를 막은 것은 길하나, 부지 안으로 들어오면 갑자기 경관이 확트여 별유천지가 있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택리지」에 〈무릇 사람은 양명한 기운을 받아서 태어났는 바, 하늘은 양명한 빛이니 하늘이 조금만 보이는 곳은 결코 살 곳이 못된다. 이런 까닭에 들이 넓을수록 터는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해와 달과 별빛이 항상 환하게 비치고, 바람과 비가 덥고 차가운 기후가 고르고 알맞는 곳이면 인재가 많고, 또 병도 적다.〉

[사진 : 평창동 일대 전경(사이버두산대백과사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