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는 예로부터 궁궐이나 절, 또는 우물가나 묘 주변에 많이 심어 온 나무이다. 특히 뿌리가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여 물맛을 좋게 만들기 때문에 우물가에는 으레 한 두 그루의 향나무를 심었다. 또 향나무는 청정한 이미지와 더불어 줄기와 잎에서 독특한 향기가 싱그럽게 나니 잡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풍수학에서 명당을‘천 년동안 향불이 끊어지지 않을 터(千年香火不絶之地)’로 부르는데, 이것은 강신(降神)을 꾀하거나 신에게 소원을 빌 때에 향을 피우면 효험이 신통하다는 세속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향은 인간과 신이 교통하는 매개물로 인식되고, 제사를 지낼 때면 언제나 향불을 피워 신이 찾아오도록 배려하였다.

    또한 향은 정화의 수단으로 순수함을 상징하는데, 묵상에 잠길 때면 향을 피웠고, 또 세속적인 부귀와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높은 도덕성을 달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사대부들은 향을 주머니에 담아 옆구리에 차고 다녔다. 『양화소록』에도, ‘습성이 사람의 손길과 뜨거움을 매우 싫어하지만 추위에는 강하다.

    금강산과 묘향산에서 잘 자라며, 승려들이 채취하여 법당의 향을 만든다.’라고 적혀 있다. 따라서 향나무는 잡귀를 쫓는 벽사의 힘이 있고, 제례와 법회 등에서는 신을 부르는 영험함을 있어 경건하고 엄숙한 의식에서는 언제든지 향을 피웠다. 그런 재료로 쓰기 위해 향나무는 널리 식목되고 또 보호되어 왔다.

    현재 한국 땅에서 향나무가 많이 자생하는 곳은 울릉도이다. 흙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가파른 곳이지만, 억센 뿌리를 바위 틈새에 내리고 온갖 풍상에 뒤틀린 줄기를 낮게 엎드린 채 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그곳에는 2천년을 헤아리는 늙은 향나무가 있는데, 1985년 태풍으로 두 가지가 찢겨져 고사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울릉도의 상징목을 살리자는 운동을 벌려 위기를 넘긴 사례도 있다.

[사진 : 울진 화성리의 향나무(제 312호)
영양 남씨의 18대 조상 묘를 산 위쪽에 두면서, 백호 자락이 낮고 기가 허하여, 비보하기 위해 심은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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