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면 웅담리(熊潭里)에는 '낙화암(落花岩)'이라는 비석이 있는데, 이곳은 고려의 명장 윤관(尹瓘) 장군의 사랑에 얽힌 전설이 전해져 오는 곳이다.
  고려 충선왕 때 동북면(함경도) 행영병마절도사였던 윤관 장군은 여진족을 정벌하기 위하여 싸움터로 나가게 되었는데, 그 때 그의 애첩에게 약조를 하기를,
  "싸움에서 이기면 붉은 기를, 지면 흰 기를 들고 오겠다"
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장군은 여진족을 물리치고도 애첩을 놀려 주기 위하여 흰 기를 들고 왔는데, 멀리서 흰 기를 본 애첩은 장군이 죽은 줄 알고 연못에 몸을 던져 자결하였다. 이에 윤관 장군은 자신의 지나친 장난으로 사랑하던 애첩이 죽은 것을 애통해 하며 여인이 죽은 곳에 비석을 세우고 '낙화암'이라고 하였다 한다.

  여진족을 무찌른 윤장군
  윤관(尹瓘, ?∼1111) 장군의 본관은 파평(坡平)이고, 자(字)는 동현(同玄)으로 이곳 파평(坡平)에서 태어났다. 장군은 고려 태조 왕건의 개국을 도운 삼한공신(三韓功臣) 신달(莘達)의 고손으로, 문종 때 문과에 급제하고 벼슬길에 올랐다. 1095년 숙종이 즉위하자 좌사 낭중(左司郎中)으로 요나라에 파견되어 숙종의 즉위를 알렸고, 1098년에는 송나라에 가서 왕의 즉위를 알렸다. 고려가 동여진을 대규모로 정벌하기 시작한 것은 1080년(문종 34)이다. 이 때 여진은 그 세력이 크게 꺾이었으나, 새로 일어난 동여진 완안부족(完顔部族)은 더욱 성장하여 세력이 함흥 부근까지 뻗치자, 왕은 무력으로 여진 정벌을 결심하고 임간(林幹)을 시켜 평정케 하였으나 오히려 크게 패하였다.

  이때에 장군이 왕명을 받고 여진과 싸웠으나 여진의 강한 기병에 패하여 태반이 죽었다. 이에 장군은 임기응변으로 화의(和議)를 맺고 돌아와 적의 기병을 우리의 보병으로는 당해 낼 수 없음을 알고 1104년 여진 정벌을 위하여 별무반(別武班)을 창설하였다. 1107년 여진족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변방의 긴급 보고를 접하고는 스스로 원수가 되어 부원수인 오연총과 더불어 여진을 공격하여 그들의 태반을 섬멸하었다. 장군은 조정에 전승을 보고함과 아울러 탈환지에 장수를 보내어 9성을 축조하였다. 그 후 그 곳에는 남도 지방의 사람들을 이주하게 하여 농사를 짓게 하였으나, 농경지를 빼았긴 여진족은 수차에 걸쳐 처들어 왔다. 몇 번의 위기를 척준경의 기지와 용맹으로 물리쳤으나, 여진이 길이 배반하지 않고 조공을 바친다는 조건을 받아 들여 9성에서 철수하였다.

  이때 조정은 당초 한 통로만 막으면 여진의 침입을 막을 수 있으리라는 예측이 맞지 않았고, 터전을 잃은 여진의 보복이 두려웠으며, 거리가 너무 멀어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장군이 생명을 걸고 공략한 9성을 돌려 주었다. 9성을 돌려 줌으로써 여진 토벌이 실패하자 그는 패장의 모함을 받고 관직과 공신의 칭호조차 삭탈 당하였고, 명분 없는 전쟁으로 국력을 소모하였다 하여 처벌하자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회군하여 왕에게 복명도 못한 채 사제(私第)로 돌아간 장군은, 예종의 덕으로 간신히 처벌은 면한 채 벼슬이 주어졌으나, 사임하고 조용히 생을 마감하였다. 1130년 예종의 묘정에 배향되었고, 문숙(文肅)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말 무덤과 가마 무덤
   윤관 장군의 묘는 파주의 304번 국도 오른쪽 길 옆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어찌나 묘 주위를 잘 가꾸어 놓았는지 잘못하면 묘가 아니라 공원으로 착각할 정도다. 입구에서 보면 저 멀리 홍살문이 갑옷을 입은 수문장처럼 우뚝 서 있고, 문 옆에는 오석(烏石에 힘찬 글씨로 '麗忠祠 文肅公尹瓘將軍墓域'라고 쓴 비석이 있으며, 그 옆 바위에는 장군의 친필과 장군이 7세 때 남긴 호연지기가 물씬 풍기는 뽕나무를 읊은 시가 음각되어 있다.

  뽕잎은 누에를 길러 추위를 막게 하고 (葉養天蟲防雪寒)
  가지는 굳센 활 만들어 오랑캐를 무찌르리 (枝爲强弓射犬戎)
  이름은 비록 초목이라도 참으로 국보로다 (名雖草木眞國寶)
  자르거나 꺽지 못하게 아이들을 훈계하리 (莫剪莫折誡兒童)

  붉은 홍살문을 통하여 보이는 장군의 묘는 황금빛 잔디를 깔고 푸른 뒷산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한쪽 옆으로 올라가는 길은 그지없이 한적하고 싱그럽다. 묘 앞 왼쪽에는 신도비가 오랜 풍상에도 자구(字句) 하나 훼손되지 않아 선명하며, 장군을 지키고 있는 문·무신석과 석마(石馬)는 담장으로 에워싸인 묘를 천 년을 하루같이 지키고 있다.

  묘는 나지막한 기단 위에 둥그렇게 자리잡았는데, 묘 위의 잔디는 한이 맺힌 듯 모양이 엉글어 성난 장군의 수염을 보는 듯하다. 묘 뒤 에 둘러 친 곡장에는 기와를 올리어 잘 단장 하였고, 그 곳에서 바라보이는 확 트인 전경은 명당을 가늠케 한다. 묘 앞에 있는 비석에는 '高麗守太保門下侍中鈴千伯 文肅尹公諱瓘之墓'라고 쓰여 있다. 또 홍살문 오른쪽에는 두 기의 무덤이 있는데, 왼쪽은 '尹侍中轎子塚' 곧, 장군이 타고 다니던 평교자(平轎子)의 묘이며, 오른쪽은 '尹侍中戰馬塚' 곧, 장군이 타고 다니던 애마의 무덤이다. 세상에 수 많은 무덤이 있지만 평교자와 말의 무덤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바 없는데, 이 곳의 두 무덤을 보니 너무 인간적이어서 경이롭고 신비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