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3. 8.28	목록으로
新행정수도 명당에 들어서야죠 (한국일보 장학만 기자) 100여년간 끊겼던 국가 풍수(風水)를 현대판 상지관(上地官)이 잇는다. 참여정부의 국정 과제인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에 정통 풍수지리학이 한 몫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청와대 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 추진기획단은 지난 5일 고제희(高濟熙ㆍ44) 사단법인 대동풍수지리학회 이사장을 기획단 자문위원회 전문위원으로위촉했다. 고 위원의 역할은 자문위원회 산하 경관ㆍ조경 소위원회에서 신행정수도 입지 선정과 관련한 풍수지리 적 자문을 하는 것. 최근 3차례에걸쳐 자문단 회의에 참석한 그는 위성 사진과 수치 지형도 등을 통해 후보지 물색을 위한 도상(圖上) 조사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획단은 내년 상반기중 신행정수도 후보지 2,3곳을 선정, 하반기에 최종 후보지를 확정할예정.이번에 임명된 자문위 전문위원 중 풍수지리 연구가로는 유일하게 뽑힌 그는 우리나라 정통의 이기(理氣) 풍수론인 ‘대동풍수론’을 바탕으로 땅의길흉을 보는 전문가. 그는 자연의 순환 궤도를 살피는 패철(佩鐵:방위를보는 도구)을 통해 방위와 혈(穴) 등을 살펴 어떤 터가 왜 좋고 나쁜 지를풍수 경전에 입각해 이론적으로 풀어낸다.고 위원은 “땅이란 각각의 성격에 맞춰 지덕(知德)이 발복(發福)하는 때가 있다”고 전제하며 “21세기 초일류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신행정수도의 산천지세가 국가 행정과 입법에 맞는 땅을 선정해야 한다”고주장한다. 그는 신행정수도의 위치 선정은 물론, 행정기관 건물이 들어설 땅이그 기관의 성격과 맞는지를 검토하고 건물 지붕의 모양ㆍ형태ㆍ방향까지조언하게 된다. 고 위원은 오너가 구속되는 등 창업 이래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는 모 재벌그룹으로부터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그룹오너 일가의 선영에 대한풍수적 길흉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수개월간 그 지역을 답사한 적도 있다. 답사 결과 선영은 주변 환경이크게 바뀌면서 원래 ‘와우(臥牛:소가 편히 누워 풀을 뜯어먹는 형상)’형이었던 명당자리에 흠집이 났다는 진단에 이르렀다. 고 위원은 “더욱이 고속전철이 개통되면 묘역 앞쪽의 터널로 열차가 통과하고 전원주택으로 훼손된 용맥은 지기를 약화시켜소가 집을 떠나야 할 판”이라고 이장을 조언했다. 창업자 별세이후 대통을 물려받은 2세마저 세상을 떠나는 등 불행이 잇달고 있는 또다른 재벌그룹의 서울 종로 사옥 터에 대한 평가도 눈길을 끈다. 이 그룹의 사옥이 들어선 땅은 조선 초부터 명당으로 주산인 응봉이 매를 닮아 꿩이 매의 공격을 피해 납작 엎드린 복치혈(伏雉穴)의 형국에 해당한다. 고 위원은 “복치혈의 터는 모험과 도전 정신이 요구되는 기업의터로는 부적합하다”면서 은신과 공부에 적합한 학자들의 터로 써야 제격이라고 주장한다.삼성그룹 공채 25기 출신으로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삼성문화재단 문화사업담당 과장 시절 풍수지리에 심취해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그는 1998년 8월 대동풍수지리연구원을 세워 뒤늦게 풍수전문가 간판을 내건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