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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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품 경매제도


    1990년대에 들어 우리 고미술품은 불어난 경제력만큼이나 세계인의 주목을 받아 고가에 팔리고 있다. 서양 냄새가 나는 중국 도자기나, 인위적 가공미가 물씬 풍기는 일본의 도자기보다는 자연과 어울려 동양적 신비가 감도는 우리 도자기가 제대로 평가를 받는 것이다.

    1996년 10월 31일, 미국 뉴욕에 소재한 크리스티 경매장에서는 한민족의 예술 혼이 살아 숨쉬는 조선의 백자가 일 백여 점이나 출품되었다. 경매사인 크리스티사는 소더비(SOTHEBY'S)와 함께 세계 미술품 경매의 양대 산맥이다. 1766년 영국의 런던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그 날로 크리스티사의 한국미술품경매 10주년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경매장에는 사람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특히 25번째로 등장한 백자철화용문호(白磁鐵畵龍文壺)는 63억원(세금․ 수수료 포함 시 69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거금에 낙찰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가격은 세계 도자기 경매가의 최고이며, 동양 3국의 고미술품 중 최고의 신기록이었다.


    1.백자철화용문항아리

    높이 48CM의 당당한 크기에 볼록한 상단부가 아래로 내려오며 급격히 좁아졌다. 흰 바탕에 발톱을 세 개 가진 용 한 마리가 구름 속에서 여의주를 물고 있는 그림이 귀한 철화안료로 그려졌다. 임금이 거처하는 궁궐의 지붕을 ‘용마루’라 하듯 용은 임금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17세기까지는 보통 발톱이 세 개인용을 그리더니, 18세기로 들어서며 신분에 따라 발톱이 5개부터 3개까지 다양하게 그렸다.

    중국에서 황제를 지칭해 발톱을 5개 달린 용을 그리자, 그를 따라 우리도 임금이 애장하는 용 그림에 5개 발톱을 그렸고, 왕족과 귀족의 애장품에는 4~3개를 그렸다. 이 백자 항아리는 도마리 가마에서 구워진 것으로 조선 백자의 백미인 궁중 항아리이다. 회백색 바탕에 비룡․구름․연판들이 거침없이 그려졌고, 형태나 색감에서 조선 도공의 화려한 기교가 완벽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또한 철화안료는 매우 귀해 전체적으로 왕족의 권위와 위엄이 물씬 풍기는 명품이다.


    2.해외의 미술품 경매

    소더비는 미술품의 분야별로 전문가를 두고, 이들은 경매품의 발굴과 경매에 의뢰된 작품의 감정을 맡고 있다. 경매에 올려질 물건은 최소한 1주일 전에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경매에 참가할 사람들은 누구나 살펴 볼 수가 있는데, 가장 참고가 되는 것은 소더비에서 발행하는 카탈로그이다. 카탈로그에는 물건의 제작 시기, 규격, 그리고 경매내정가격이 적혀 있다. 사전 검토가 끝나고 경매에 직접 참가하려면 우선 경매장 입장을 위해 입찰자로 등록해야 한다. 방법은 이름과 주소, 신용 조회서만 제출하면 되고 그 즉시 숫자가 적힌 경매 번호판(Bidding Paddle)을 받게 된다.

    경매는 진행자가 품목에 대해 설명을 한 뒤 경매내정가격의 약 1/2선부터 호가가 시작되는데, 전광판에는 입찰가가 주요 나라의 화폐 단위로 표시된다. 따라서 입찰되는 가격을 보면서 자기의 입찰가를 결정하면 된다. 물론 전화로 응찰할 수도 있는데, 이것은 사전에 소더비와 서로 협의가 필요하다. 경매가 시작되면 소더비 직원이 전화 응찰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행되는 호가를 가르쳐 주고 응찰 내역을 경매장에게 통지한다.

    경매가 낙찰되면 방망이로 내리치고, 낙찰 가격에 10%가 보태져 총구입가격이 결정된다. 10%는 바이어 프리미엄이다. 낙찰을 받았다면 대금 청구서를 받은 후 21일 이내에 송금해야 한다. 소더비는 출품자에게 30일 이내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또 경매된 물건을 낙찰자에게 선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낙찰자는 대금을 결제한 후에 자기가 지정한 장소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경매를 통해 소장품을 팔고자 할 때면 먼저 소더비에 물건을 직접 가져가던가 아니면 사진을 보내던가 혹은 소더비 직원이 직접 방문하도록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물건을 들고 소더비를 방문하는 것이다. 여기서 전문가가 진품인가 가짜인가를 감정해 주고, 이 때의 수수료는 무료이며, 출품이 확정되면 소더비가 진품 보증을 한 것으로 본다.

    고객은 그 후에 경매 날짜와 소더비의 전문가가 추정한 경매내정가격을 받는데, 고객은 그 가격을 참고하여 ‘어느 가격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란 ‘경매제한가격’을 서로 협의하여 결정한다. 통상 경매제한가격은 내정 가격의 60% 수준을 최하위선으로 잡는다. 소더비에 물건을 인도하면 그 때부터 발생하는 모든 위험은 소더비가 부담하고, 만약 경매에서 유찰되면 경매 최소가의 1~1.5%를 고객이 수수료로 내야 한다. 소더비 경매는 모든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표현법을 사용하며, 또 입찰 희망자들이 충분히 시간적 여유를 가지도록 배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한국의 미술품 경매

    한국의 고미술품 경매는 1996년 봄부터 새롭게 시작되었다. 한국미술품경매(주, 대표 김정웅)이 주관하는 『한국 미술품 경매전』으로 1996년 3월의 경매 전에선 출품작이 188점, 위탁자가 50명, 그리고 경매 예정가 총액이 80억원에 이르렀다. 아직 공개적인 미술품 거래가 적은 상황에서 이 경매전은 많은 고미술 애호가와 미술품 거래상의 관심을 모았다. 이 회사가 만든 경매 약관 중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①총구매가는 최종낙찰가+구매수수료+필요경비이다. 최종낙찰가는 최고 예상가를 넘는 입찰가를 구매자가 제시할 때에 경매사가 경락봉으로 최고가 입찰자로 선포한 금액이고, 구매수수료는 최종 낙찰가 대비 5.5%(부가가치세 포함)이고, 필요경비는 구매자가 물품을 인수하기 위한 필요경비를 말한다.

    ②구매 대금은 낙찰 선포 후 10일 이내에 완납해야 하고, 대금 완납 후 10일 이내에 물품을 찾아가야 한다.

    ③물품의 포장, 운송, 보험 등에 관하여 대행은 해 주나 비용과 책임은 구매자가 진다.

    ④한국 미경(주)은 작가, 시대, 근본 출처 중에서 도록에 표시한 부분에 한하여 보증한다.(하지만 진위 감정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 언급은 없다.)

    ⑤출품 수수료는 예상가의 1%로 경매에서 유찰될 경우 납부해야 한다. 만약 낙찰되면 면제된다. 또 낙찰될 경우 낙찰가의 11%를 판매 수수료로 한국 미경(주)에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한국 내 미술품 경매는 걸음마 단계로 정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 먼저 고객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 감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신분 보장이 확실해야 한다. 거액의 돈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국세청이 블랙 리스트를 만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분 노출을 하지 않고도 부가가치세 10%만 납부하면 매매가 자유로워야 한다. 둘째는 자체 감정을 거치든지,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하던지 출품작에 대한 가짜 시비가 없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주체 측에서 전액을 보상하는 제도적 장치가 고려되나 아직은 요원한 이야기일 것이다.

    셋째는 경매 진행에 완숙과 세련미를 더해 경매를 흥미로운 축제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출품된 고미술품에 대한 관리와 보호이다.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은 도우미가 출품작을 들고 나오는 관경은 누가 보아도 아슬아슬하다. 그리고 도자기가 큰 진열대 위에 방치되었거나, 금속 유물을 대기 중에 그대로 누출시켰다. 고서화와 금속 유물은 습도에 매우 약하니, 작품 보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참고:① 「미술품 경매는 어떻게 이뤄지나」․조명제, ②「미술품 경매전 도록」․한국미술품경매)

(사진:백자철화용문호, 63억원이란 거액에 거래된 도자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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