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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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천년된 유물, 낙양유문칠배

    낙랑유문칠배(樂浪有紋漆盃, 보물 제559호)


   평양 부근에서 출토된 낙랑의 유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유물이다. 약 2천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두터운 옻칠 덕분에 썩거나 삭지 않아 형태가 온전하다. 옻칠은 절대로 썩지 않고 오히려 부패를 방지하는 성질까지 있다. 이 칠배의 안쪽은 옻칠을 한 뒤에 그 위에 빨간 칠로 다시 덧칠하고, 바닥에는 둥근 선을 몇 개 그려 넣고는 중앙으로부터 빨강, 파랑, 초록의 삼색으로 구름과 용을 그렸다. 그림의 수법은 굉장히 사실적이다. 또 밖에는 검정, 파랑, 초록색을 사용해 흘러가는 구름을 그렸는데, 외곽에는 중권문(重圈文)과 능형점선문(菱形點線文)을 그려 넣었다. 함지박의 바깥쪽에는 청동 발을 세 개나 달았고, 양옆에는 쇠로 된 둥근 손잡이가 붙어 있다.


    짝 잃고 혼자서 출세하다

   이 유물은 해방 후부터 1982년까지 김동현이 소장했고, 그 후는 이병철을 거쳐 호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대략 1950년이 가까워졌을 무렵이다. 하루는 김동현의 집으로 평양서 알고 지내던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몹시 상기된 얼굴로 보따리를 풀었다. 그 안에는 무로 만든 함지박이 겹겹이 층층으로 싸여 있었다. 청동으로 만든 차상도 있었다. “이것은 낙랑의 유물 같은데 어디서 구하셨오?” “말도 마십시오. 이 물건은 일제 때에 나온 것인데 가지고 내려오느냐고 죽을 뻔했어요. 인민군의 감시가 철통같아요.” 그는 삼팔선을 넘으며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 물건들은 같은 무덤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석암리가 아닌 대동강변에 있는 대동군 동백리의 무덤입니다.” 물건을 찬찬히 살펴보던 김동현의 눈에서 놀라운 빛이 역력했다. 낙랑의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이라면 최소한 2천년이 넘은 것들인데, 나무로 만든 함지박이 어떻게 썩지 않고 온전할까 싶었다. 칠배들은 마치 차단 그릇 마냥 큰 것부터 작은 것들로 포개 포개 넣어졌는데, 모두 4개였다. 그리고 함께 가지고 온 청동 차상은 크기도 당당하고 바닥에 다리가 세 개나 달려 귀해 보였다. 금속 유물에 눈이 밝은 김동현은 먼저 청동 상의 용도를 생각해 보았다. ”이 물건들을 무엇에 썼던 것이었을까? 혹시 바느질 그릇이나 음식을 담아 먹던 그릇이 아니었을까?” 옆에 있던 부인이 신기하다는 듯 말을 거들었다. “이것은 아마 찻잔이고 이 상은 찻상일거야.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차 문화가 발달했어. 밥보다는 차를 귀하게 여겼던 것이 귀족 생활의 품격이야.” “그렇겠어요. 이 함지박 안을 보세요. 워낙 옻칠이 두껍게 입혀져 온전히 보전되었어요. 안팎에 문양과 채색이 그대로 남아 있고, 또 채화가 선명한 채 여러 색이 조화로워요.” “그런데 얼마나?” 만약 한국의 고미술품이었다면 국보 감이다. 하지만 낙랑의 유물이니 그렇지는 못할 것이고, 보물까지는 자신했다. 왜냐하면 2천년 동안 살아남은 나무 유물은 세계적으로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단한 거금을 불렀다. 당시만 해도 김동현은 월남한 지가 오래 되지 않아 생활이 어려웠다. 그래서 그 모두를 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함지박 중 가장 온전 것과 청동 차상만을 샀다. 유물 값으로 60만원을 주었다. 기와 집 10채가 넘는 거금이었다. 김동현이 구입한 함지박보다 더 크고 빛깔이 찬란하나 상태는 온전치 못한 것은 숭전 대학교의 김양선(金良善, 1907~1970)이 샀다. 그리고 나머지 2개는 다른 사람이 구입해 미국으로 가져갔다. 그 후 청동 차상은 이병직에게 양도되고, 곽영대의 증언에 의하면 대단한 거금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희대의 목기 유물을 연구하고자 눈여겨 보는 한국 학자가 없었다. 그러나 일본 학자들은 2천년이나 된 유물이라며 매우 흥미롭게 연구를 했다. 여러 번 ‘조선학보(朝鮮學報)’에 이 유물에 대한 논문이 실렸다. 그러자 국내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하여 1971년 12월 21일 보물 제559호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사실 함께 출토된 청동차상과 다른 것들도 일괄해 지정했어야 했으나 그렇지를 못했다. 출토 경위가 세간에 가려졌기 때문이다.(참고: 김동현․곽영대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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