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타삼존불(阿彌陀三尊佛, 국보 제218호), 이 고려 불화는 1979년 이병철이 일본에서 되사 온 것으로 화려한 색상, 정교한 묘사와 치밀한 구도가 돋보여 불화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구름무늬의 상의(裳衣)를 입은 아미타불은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뜨려 왕생자(往生子, 죽은 사람)를 극락으로 인도하고, 지장보살은 오른손에 보주(寶珠)를 든 채 정면을 바라본다. 또 관음보살은 허리를 굽혀 연대(蓮臺)를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데 이것은 왕생자를 태워서 극락으로 향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시 일본으로 사람을 보내라
1979년, 일본에 있는 대화문화관(大和文華館)에서 고려 불화전이 열렸다. 대화문화관은 나라(奈良)의 와단지(蛙段池)라는 큰 호수 위로 불쑥 솟은 아담한 일본식 건물이다. 주변이 온통 솔밭이라 솔 향기가 자못 그윽하게 풍겨지는 곳이다. 이곳에 소장된 한국의 고미술품은 회화 23점, 도자기 48점, 그리고 금속공예, 목칠공예품 등을 합쳐 대략 100여 점에 이르는 특징 있는 사립 미술관이다. 그때 출품된 불화는 임진왜란과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으로 반출된 것들로 오래된 절에서[古刹]에서 비장해 왔던 것이 상당수였다.
고려 불화 특별전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즉각 출품된 불화의 일부를 사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엄청난 가격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다. 그때 그 전시회를 눈여겨보던 사람이 있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다. 그는 출품된 불화 중에서 '아미타삼존불' 와 '지장도(地藏圖, 보물 제784호)' 두 점을 사기로 마음먹고 일본으로 중간 책을 보내 매입을 타진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국인에게는 경매에 참가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울분에 찬 중간 책이 전화를 걸어 긴급히 이 상황을 보고했다. 한국인에게는 절대로 불화를 팔지 않겠다는 대화문화원의 억지에 이병철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러자 이병철은 참모진과 의논하여 미국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경매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그 즉시 뉴욕에 있는 삼성물산 지점으로 텔렉스가 날아갔다.
'적당한 미국인을 일본으로 급파해 불화 두 점을 낙찰토록 하라.'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하는 비밀 지령이 떨어졌다. 삼성 뉴욕지점은 국제적 명망이 있는 고미술품 전문브로커를 선정한 뒤에 일본으로 급파했다. 일본인들과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자, 경락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그러나 이병철의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두 그림은 결국 이병철에게 낙찰되었다.
이 고려불화들은 기가 막히게도 미국을 경유하여 삼성물산을 통해 수입하는 형식으로 국내에 들어왔고, 아미타삼존불은 1984년 8월 6일 국보로 지정되었다.
지옥을 다스리는 대왕들
지장도는 두건을 쓴 지장보살이 커다란 신광(身光)을 배경으로 반가한 자세로 앉아 있는데, 오른손엔 보주를 들고 왼손은 아래로 내리고 있다. 그리고 아래로는 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여러 대왕[시왕(十王)]이 그려졌다. 지장이란, '대지(大地)처럼 만유(萬有)의 모태이며 만유(萬有)를 기르는 자'란 뜻으로 범천(梵天)과 함께 천지 창조의 보살로 저승 세계를 교화하고 다스리는 보살이다.
시왕은 여러 지옥을 다스리는 우두머리 임금들이다. 성불한 보살은 아니며, 보통 명부전(冥府殿)에 봉안된다. 사람이 죄를 짓고 죽으면 일단 명부에 끌려와 재판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여러 지옥으로 보내진다. 먼저 염라대왕(閻羅大王)은 이승에서 죄인이라고 인정되는 사람을 잡아다가 죄의 유무를 가려내는 대왕이고, 진광대왕(秦廣大王)은 염라대왕이 죄가 있다고 판결한 죄인들을 어느 지옥에 보낼 것인가를 결정한다. 즉 진광대왕의 판결에 따라 해당 지옥이 결정되는 것이다. 먼저 연화지옥(煉火地獄)은 초강대왕(初江大王)이 다스리며, 그곳에 끌려온 죄인을 날마다 지글지글 끓은 가마솥에 집어넣었다 꺼냈다 하며 고통을 주는데 가장 가혹한 지옥이다. 둘째는 냉동(冷凍)지옥으로 송제대왕(宋帝大王)이 다스린다. 그곳은 죄인을 얼음 통에 집어 넣어 밤낮으로 사지가 오그라들게 만드는 지옥이다.
셋째는 오관대왕(悟官大王)이 다스리는 검술(劍術)지옥으로, 창과 검이 촘촘히 박혀 있는 땅바닥에 죄인을 알몸뚱이로 내던져 죽도록 고통을 받게 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기다란 밧줄 끝에 죄인을 매달고 그 아래에는 수많은 아귀들이 혀를 날름거리게 함으로써 죄인의 간장을 타게 만드는 지옥이다. 넷째는 변성대왕(變成大王)의 발설(拔舌)지옥으로, 생전에 언행이 바르지 못했거나 거짓말을 많이 한 죄인을 잡아다가 죄인의 혀를 길게 뽑아 질질 끌고 다니거나, 혀에 구멍을 뚫어 쇠를 매달아 놓는 지옥이다. 다섯째 지옥은 태산대왕(泰山大王)이 다스리는 독사(毒蛇)지옥으로, 생전에 독사처럼 악독한 짓을 한 죄인을 잡아다가 수천 마리의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토굴 속에서 독사들에게 마구 물리도록 만드는 지옥이다.
여섯째는 거철(拒轍)지옥으로, 그곳에서는 평등대왕(平等大王)이 다스리는데, 생전에 남의 돈을 떼어먹었거나, 사기· 공갈 등으로 순진한 사람을 괴롭힌 죄인을 쇠꼬챙이로 콕콕 찔러 대며 사방에서 괴롭히는 지옥이다. 일곱째는 도시대왕(都市大王)이 다스리는 철상(鐵床)지옥으로, 그곳은 품행이 좋지 못한 여자들만 끌려가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누구든지 알몸뚱이로 있어야 하는데, 그 몸이 더럽고 추하기가 이를 데 없다. 마지막은 암흑(暗黑)지옥으로 전륜대왕(轉輪大王)이 있는 곳이다. 그곳은 죄상이 비교적 가벼운 사람이 오며, 언젠가는 소·말·돼지같은 짐승으로 다시 태어날 지옥이다. 지장도를 들여다보면 생전에 죄의 내용과 경중에 따라 어느 지옥에서 고통을 받을까를 헤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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