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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을 돌아 본 최남선(崔南善,1890∼1957)은 삼지(三池)를 일컬어 '세계적 절경'이라 찬탄하며, 우리 강산은 '고운 전설을 겹겹이 품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고 했다. 겉보기에 아름다운 명승지라도 전설이나 설화가 없으면 겨울나무처럼 빈한한 것이며, 비록 볼품없이 초라해 보이는 풍광이라도 예로부터 전해 오는 가슴 뭉클한 사연이 있다면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두게 될 것이다. 전설과 설화는 이처럼 이 땅에 아름다운 비단치마를 입히고 또 생명을 불어넣는 마력을 지녔다.
문화재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덕지덕지 묻어 나고,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문화재들일수록 그 문화재를 사랑한 소장자의 애환과 사연이 겹겹이 숨겨져 전한다. 그러나 스스로는 말을 하지 못하고 그 사연을 밝혀 내주는 사람도 없으니 관람객들은 유물 앞에 놓인 명패만 스치듯 보고 지나칠 뿐이다. 누가 어떤 사연으로 만들었는지도, 어떤 주인을 만났는지도, 또 몇 살이 되었는지도 묵묵부답이다. 그래서 문화재를 기생이라 했던가? 그것도 말 못하는 벙어리 기생이라고......
사회가 안정되고, 골동품 거래가 뜸해지면서 이러한 사연도 점점 잊혀지고 있다. 숱한 일화를 간직했던 명품들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진열장 안에서 학자들의 학문적·미학적 고찰 대상으로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하긴 개인 소장으로 친견할 기회조차 없었던 때에 비하면 행복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명품들을 바라볼 때마다 왜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고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그래서 시작한 것이 명품들의 사연을 밝혀 보는 일이었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명품들에 얽힌 비화를 수집해 그 문화재에 아름다운 영혼을 입혀 보고 싶었다. 문화재 한 점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 일생을 다 바친 선각들을 만나고, 또 그 문화재가 겪어야 했던 아픈 사연을 알게 되어 그 문화재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이곳에 등장하는 문화재의 소장처나 소장자, 유족들에게 그 사연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점은 양해 바란다. 혹시라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차후 보완할 것도 밝힌다. 특히 일제 강점기를 견뎌낸 우리 문화재들에 얽힌 숨은 사연을 밝히려고 노력했는데, 이병직, 전형필, 손창익, 김영대 등 우리 문화재를 수호하기 위해 벌였던 눈물겨운 노력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해외로 불법반출된 우리 문화재는 6만 4천여 점이라고 정부가 발표했다. 일본에 3만 점, 미국에 6천 점, 영국에 7천 점, 독일에 4천 점, 소련에 2천 점 등등 소재가 파악된 것만 이 정도이니, 소재가 파악 안 된 것까지 합치면 20∼30만 점은 족히 넘을 것이라 한다. 그 중에서 세 건만 반출 경위가 밝혀지고 나머지는 모두 반출 경위를 알 수 없는 불법유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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