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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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팝나무

  이팝나무는 활짝 핀 꽃송이가 마치 쌀밥을 그득히 담아 놓은 모양 같아 보여 '이밥(쌀밥)나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이 나무는 한 해의 풍년을 점쳐 보는 '점쟁이 나무'로도 널리 알려졌다.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들고, 드문드문 꽃이 피면 가뭄이 들고, 잘 피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는 것이다.

  이팝나무가 쌀밥과 인연을 맺은 이유는 한 며느리의 한 서린 설움과 죽음 때문이다. 옛날 경상도 땅에 어린 나이로 시집 온 착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시시꼴꼴 트집을 잡으며 며느리를 구박하였다. 한 번은 큰제사가 있어 제사에 쓸 쌀밥을 짖게 되었다.

  평소 잡곡밥만 짖던 며느리가 모처럼 쌀밥을 지으려니 혹 밥을 잘못 지어서 꾸중을 듣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밥에 뜸이 잘 들었는지 알아보려고 몇 개의 밥알을 떠서 먹어 보았다. 그 광경을 본 시어머니는 제사에 쓸 메밥을 며느리가 먼저 먹었다고 하며 온갖 학대를 일삼았다. 그러자 억울함을 견디지 못한 며느리는 어느날 뒷산으로 올라가 목을 매 죽었다. 그런데 그 이듬해에 며느리가 묻힌 무덤가에서 나무가 자라더니, 흰 꽃을 가득 피워 냈다. 쌀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서 나무가 되었다며 동네 사람들은 그 나무를 이팝나무라 불렀다.

  이팝나무가 풍년을 점치는 영험한 나무로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배경에는, 이 나무가 꽃을 피울 때쯤이면 모내기가 한창인 철이다. 따라서 땅에 물기가 충분하면 나무는 꽃을 무성하게 피워 내고, 반대로 땅이 가물어 꽃이 적으면 논에 심은 벼도 잘못 되어 생육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신이 아니라 타산지석을 생활 지혜로 삼던 조상의 슬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는 모두 8그루이며, 주로 경상도와 전라도의 남부 지방에 위치한다. 꽃이 피면 한달 가까이 은은한 향기를 사방으로 내뿜고는, 마치 눈이라도 쏟아지듯 한꺼번에 우수수 떨어져 낙화 순간 역시 장관인 그런 나무이다.

  이팝나무는 수국 내에서 가장 잘 자라는데, 자연의 흐름이 묘파 혹은 절파일 경우에 한정한다. 태파에서는 이팝나무가 노거수로 자라지 못했고, 묘파나 절파라면 자연의 흐름이 우선하던 좌선하던 관계치 않았다. 하지만 목국 내라면 묘파에서만 노거수로 자라고, 자연의 흐름은 좌선수에 국한함이 특이하다. 또 화국 내의 묘파와 절파라면 자연의 흐름과는 상관없다. 하지만 금국이면 노거수로 자란 이팝나무가 없으니, 자연 흐름이 북동방으로 빠져나가는 곳이라면 이팝나무가 거목으로 자라지 못함을 대변한다. 전체적으로 이팝나무는 금국을 제외한 묘파나 절파 내에서 잘 자란다.

  이팝나무가 입지한 땅의 기운은 수맥이 흐르지 않으면서 견밀하고 고운 흙으로 이루어진 장생룡, 관대룡, 제왕룡이 특히 좋아, 75%가 생기 충만한 땅에 위치한다. 그런데 화국 내의 경우라면 지질적 조건이 단단하면서도 거친 임관룡과 양룡에 위치하는데, 이 내룡은 아직 생기를 왕성하게 품지 못한 상태이다.

[사진 : 좌 - 광양 유당공원의 이팝나무 (235호, 광양읍 성을 축조하고 난 뒤 바다에서 성이 보이지 않도록 심은 나무), 우 - 쌍암면의 이팝나무 (36호, 이 나무의 꽃피는 모양을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

향나무·주목

연구의 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