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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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

  느티나무는 성장이 빠른 나무로 비옥한 땅에서 잘 자라고, 햇볕을 좋아한다. 가지는 사방으로 둥글게 퍼져나가 넓고도 짚은 그늘을 선사하며,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워 정자목으로 자리잡았다.

  또 재질이 우수하고 문양이 아름다워 가구용 목재로써 인기가 높다. 특히 세월이 그려낸 나이테는 어느 예술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어찌보면 동양의 산수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그림이고, 어찌보면 기묘한 천연 문양이 기하학적 균형감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가구를 만드는 장인(소목장)이라면 누구나 괴목 수집에 열을 올린다.

  좋은 작품은 좋은 느티나무를 구하는 것으로 결정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댐 건설로 수몰되는 지역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장인들끼리 구입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문제는 판재를 켜기 위해 제재소로 가져가면, 문전박대를 받기 쉽상이다. 거기에는 우리 민족이 겪은 전란과 질곡의 수난사가 나무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느티나무치고 어느 것 하나 그 속에 총알과 파편이 박히지 않을 것이 없다하니, 제재소의 주인이라면 기겁을 할 일이다. 애써 날을 세운 톱날이 순식간에 쇠붙이에 의해 절단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느티나무는 고운 문양만큼이나 장인의 애를 썩이는 나무이기도 하다. 느티나무는 연륜만큼 많은 신령스런 사연이 전해진다. 나무를 치성으로 위하면 아들을 얻게 된다든지, 밤에 광채를 내면 마을에 좋은 일이 생긴다든지, 흉한 일이 생길 때마다 울어 '운나무'란 별명이 있는 느티나무, 찢어진 가지로 목재를 만들었더니 목수가 죽었다는 나무 등등 대개는 가지를 꺽으면 화를 당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느티나무는 또 마을의 정자목이나 당산목의 역할을 하는 신령스런 나무지만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전국적으로 500년 이상된 나무가 흔한데, 청송 신기동의 느티나무(제 192호)는 수령이 150년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줄기의 굵기, 뿌리의 뻗음, 가지의 수관을 볼 때에 원성 흥업면의 느티나무(제 279호)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제279호의 수령을 400년으로 추정한다면 제 192호의 수령은 500년은 족히 넘을 듯 싶고, 안내판에는 350년은 넘었다는 기록이 있다.

  느티나무가 노거수로 자라는 입지는 주로 수국과 화국에 잘 자란다. 그런데 수국과 화국내라면 절파에 해당되는 지점(巽巳·乾亥)이 우수하고, 우선수보다는 좌선수가 우수하다. 하지만 목국과 금국내라면 파가 길해야하고 양기 흐름도 우선수가 뛰어나다. 자연이 북동방으로 흘러빠지는 곳에는 느티나무를 심지 않는 것이 좋겠다. 땅의 기운은 관대룡이 가장 우수하니, 은행나무보다 무른 흙을 좋아함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느티나무가 주로 평지에 위치하는 이유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평지룡은 현장에서 판단이 어려워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론 느티나무는 양기가 동방으로 빠지면서(乙辰·巽巳破), 용맥이 서방에서 동방으로 뻗은 곳이거나(辛戌龍), 화국의 경우는 건해파(乾亥破)에 내룡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뻗은 곳에(丙午龍) 식수한다면 장수를 기약할 것이다.

  [사진 : 상 - 김제 봉남면의 느티나무 (280호, 나무 옆에는 정자가 하나 있는데, 배풍이란 풍수지리사가 익산대라 이름하여 불려내려왔다고 전해짐), 하 - 삼척 소달면의 긴잎느티나무 (95호, 이 나무 아래에서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은행나무

향나무·주목